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에스프레소 위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한 방울을 더하는 커피 트렌드가 전 세계 카페를 물들이고 있다. 올리브오일 특유의 풍미가 커피의 쓴맛과 만나는 방식, 품종별 페어링 포인트, 홈카페 적용법까지 살펴본다.

2023년 봄, 스타벅스 이탈리아 본점이 'Oleato(올레아토)' 라인을 선보이면서 커피와 올리브오일의 결합은 순식간에 글로벌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가디언·포브스가 연달아 리뷰를 쏟아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oliveoilcoffee 해시태그가 수백만 건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 조합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에티오피아 일부 지방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버터나 오일을 커피에 섞어 마시는 전통이 있었고,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도 오래전부터 질 좋은 EVOO를 에스프레소에 살짝 둘러 마시는 관습이 전해진다.
핵심은 '양'이다. 라떼나 아인슈페너 한 잔에 들어가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보통 5~15ml, 즉 한두 티스푼 수준이다. 이 적은 양이 음료의 질감과 향에 예상 밖의 변화를 일으킨다. 오일이 에스프레소의 크레마와 만나면 미세한 에멀전이 형성되어 목 넘김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올리브 특유의 초록빛 풀향·과일향·후추향이 커피의 쓴맛 뒤편에 여운으로 남는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미엄 식물성 지방을 활용한 '팻-인퓨즈드 음료(fat-infused beverage)' 카테고리는 2022~2024년 사이 북미와 서유럽 카페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버터 커피(불릿프루프 커피)가 먼저 이 흐름을 열었고, EVOO 커피는 그 다음 주자로 자리 잡았다. 버터 커피가 동물성 지방 특유의 무거움을 가진다면, EVOO 커피는 식물성 특유의 가벼운 질감과 복합 향미로 차별화된다.
한국에서도 이 흐름은 뚜렷하다. 서울 성수·연남·한남 일대 스페셜티 카페들이 2024년 하반기부터 EVOO 드리즐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인슈페너(에스프레소 위에 생크림을 얹은 비엔나 커피) 위에 EVOO를 한 줄기 흘려 넣으면, 크림의 유지방과 오일이 어우러져 독특한 이중 레이어 풍미를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 '올리브오일 아인슈페너'를 검색하면 국내 카페 리뷰만 수천 건이 나올 만큼 관심이 높다.
올리브오일 커피의 완성도는 어떤 품종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 품종마다 향미 프로파일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에스프레소 베이스라도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펼쳐진다.
피쿠알(Picual) 은 강렬한 초록 토마토·풀향과 견고한 후추향을 지닌다. 쓴맛이 강한 다크로스트 에스프레소나 리스트레토와 잘 맞는다.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편이라 오일 자체의 개성이 뚜렷해, 커피 풍미와 대등하게 맞서는 '대비 페어링'을 원할 때 선택한다.
오히블랑카(Hojiblanca) 는 잘 익은 아몬드·사과 향이 특징이다. 산미가 밝은 라이트·미디엄 로스트, 또는 콜드브루 라떼에 어울린다. 부드러운 질감 덕에 우유 기반 음료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조화 페어링'에 적합하다.
시바리타(Siurana/Arbequina계) 는 버터·바나나·헤이즐넛 계열의 섬세한 향으로 자극이 적다. 아인슈페너처럼 생크림이 들어가는 음료, 혹은 오트밀크 라떼처럼 단맛이 있는 베이스와 매우 잘 어울린다. 처음 EVOO 커피를 시도하는 입문자에게 권할 만하다.
스페인 올리브오일 산업협회(ASOLIVA) 자료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등급은 산도 0.8% 이하, 감각 평가에서 결점이 없어야 한다. 커피와 페어링할 때도 산도가 낮고 신선한 EVOO일수록 불쾌한 이취 없이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고 알려져 있다.

집에서 EVOO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중요한 것은 순서와 온도다.
첫째,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30~40ml를 추출한다. 드립 커피는 농도가 묽어 오일과의 대비 효과가 약하므로, 진하게 내리는 것이 관건이다.
둘째, 오일은 음료가 완성된 뒤 맨 마지막에 드리즐한다. 우유 스팀이나 크림을 먼저 얹고 그 위에 오일을 흘려야 시각적인 레이어와 향의 층위가 살아난다. 양은 5~10ml(1~2 티스푼)부터 시작해 취향껏 조절한다.
셋째, 오일은 개봉 후 가능하면 2~3개월 내에 사용한다. 올리브오일은 산화가 진행되면서 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선한 상태일수록 커피와의 페어링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국제올리브협회(IO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개봉 전 EVOO는 서늘하고 빛이 차단된 환경에서 보관해야 품질이 유지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달지 않은 커피를 선호한다면 오일만 더해도 충분하다. 단맛을 원한다면 꿀 반 티스푼이 EVOO와 에스프레소 사이에 잘 어울린다. 시나몬 파우더를 살짝 뿌리면 중동풍의 이국적인 뉘앙스가 더해진다.
전 세계 바리스타 커뮤니티에서는 EVOO 커피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새로운 재료 언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런던의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 소속 바리스타들은 2024년 유럽 커피 이벤트에서 올리브오일을 활용한 커피 음료 레시피를 시연했으며, 품종별 테이스팅 노트를 커피 플레이버 휠에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카페 시장에서도 단순히 '오일 추가' 수준을 넘어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정 산지·품종의 EVOO를 명시한 '오일 셀렉션 메뉴'를 운영하는 카페가 생겼고, 올리브오일 생산자와 로스터리 간의 컬래버레이션도 시도되고 있다. 와인 리스트처럼 올리브오일 리스트를 갖춘 카페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커피 한 잔의 경험이 품종, 산지, 수확 연도에 따라 달라지는 올리브오일과 만나면서, 두 가지 농산물의 '테루아르 이야기'가 한 잔 안에서 겹쳐지기 시작했다. 황금빛 한 방울은 단순한 첨가물이 아니라, 커피 문화를 확장하는 새로운 어휘로 자리 잡고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 식재료와 만날 때 풍미가 배가된다. 봄나물부터 여름 해산물, 가을 버섯과 겨울 뿌리채소까지, EVOO와 어울리는 사계절 페어링 조합을 소개한다.
올리브오일 전문 테이스터들이 쓰는 세 가지 핵심 어휘, 비테르·피칸시·프루티의 정확한 의미와 감각적 맥락을 정리했다. 이 세 단어를 이해하면 라벨 읽기부터 산지 추적까지 EVOO 선택의 정밀도가 달라진다.
크레타섬 미노아인이 처음 압착했던 황금빛 기름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을 지나 로마 제국의 식탁을 거쳐 오늘날 EU 품질 기준으로 이어졌다. 올리브오일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문명의 언어가 된 5,000년 역사를 추적한다.
그리스 전통 샐러드 호리아티키는 드레싱 없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한 줄만으로 마무리된다. 단순해 보이는 이 한 동작이 어떤 풍미와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ORO CELESTE 시바리타 올리브오일의 섬세한 풍미가 구운 생선과 해산물 카프레제를 어떻게 완성하는지 살펴본다. 산도 0.14%, 폴리페놀 500+ mg/kg의 균형 잡힌 프로파일이 해산물 요리의 신선함을 살리는 원리를 담았다.
OLEA 에디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견과류는 각자의 지방산 구조와 향미가 서로를 보완하는 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호두·아몬드·잣을 EVOO와 함께 활용하는 방법과 그 맛의 원리를 살펴본다.
OLEA 에디터

ORO CELESTE 오히블랑카(산도 0.16%·폴리페놀 600+ mg/kg)가 카르파초의 섬세한 육향과 치즈보드의 복합적인 유지방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풍미 원리부터 실전 플레이팅 팁까지 정리했다.
OLEA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