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가이드
스페인 그라나다 시에라네바다 기슭의 단일 농장에서 생산되는 O-MED 올리브오일. 피쿠알·오히블랑카 등 안달루시아 품종을 수확 당일 냉압착하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이 브랜드의 철학과 특징을 살펴본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주 그라나다 지방은 알함브라 궁전으로 유명하지만, 올리브오일을 아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이유로 기억되는 곳이다. 해발 700~900m에 달하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기슭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고,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이 형성되어 올리브 재배에 독특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 지역에서 O-MED(오메드)는 대규모 협동조합 방식이 아닌 단일 농장(single estate) 모델을 고집하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생산해 왔다.
O-MED가 처음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창업자 가족은 그라나다 외곽의 농장을 직접 경작하면서 수확부터 착유까지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국제 올리브오일 품평회인 EVOOLEUM과 뉴욕 국제 올리브오일 경연(NYIOOC)에서 O-MED가 꾸준히 수상 이력을 쌓아온 것은 이러한 일관된 품질 관리 덕분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O-MED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품종은 피쿠알(Picual)과 오히블랑카(Hojiblanca)다. 두 품종 모두 안달루시아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각각 뚜렷하게 다른 향미 프로파일을 지닌다.
피쿠알은 안달루시아 전역에서 가장 넓게 재배되는 품종이다. 국제 올리브 오일 협회(IOC)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올리브오일 생산량의 약 50% 이상이 피쿠알 품종에서 비롯될 만큼 압도적인 재배 면적을 자랑한다. 강한 풀향(green grass)과 토마토 잎, 약간의 쓴맛 뒤에 오는 후추 같은 매운 끝 맛이 특징이다. 폴리페놀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산화 안정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블랑카는 피쿠알에 비해 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뉘앙스를 지닌다. 아몬드와 살짝 익은 과실의 향이 특징이며, 단독으로 또는 블렌드 형태로 고급 올리브오일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O-MED의 오히블랑카 단일 품종 라인은 한국 미식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언급될 만큼 국내에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O-MED는 수확한 올리브를 당일 내로 농장 내 착유 시설로 옮겨 27°C 이하에서 냉압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유리 지방산의 생성을 최소화해 낮은 산도(acidity)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국제 기준인 산도 0.8% 이하를 훨씬 밑도는 수치를 기록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올리브오일 시장에서 '단일 농장' 혹은 '단일 산지' 표기는 단순한 마케팅 언어가 아니다. 국제 식품 규격 기관 코덱스 알리멘타리우스(Codex Alimentarius) 및 유럽연합(EU) 규정상, 원산지 표기와 생산 이력 추적이 가능한 경우에만 이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단일 농장 모델은 블렌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편차를 줄이고, 특정 테루아의 개성을 오일 한 병에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페인 농업수산식품부(MAPA)의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은 전 세계 올리브오일 생산량의 40~45%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지만, 단일 농장 방식으로 고급 시장을 겨냥하는 생산자는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O-MED와 같은 소규모 단일 농장 브랜드가 국제 경연에서 반복적으로 수상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보다 품질 통제를 우선시하는 전략이 시장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O-MED 피쿠알 계열은 강렬한 풀향과 쓴맛, 매운 끝맛이 두드러져 강한 풍미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구운 채소나 토마토 기반의 파스타 소스, 또는 품질 좋은 치즈 위에 마무리 오일로 뿌리는 방식을 권한다. 열 조리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볶음 요리에 활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오히블랑카 계열은 섬세한 과실향이 생선회나 부드러운 흰살 생선 카르파초, 혹은 신선한 샐러드와 조화롭다. 빵에 직접 찍어 먹는 방식으로 오일 본연의 향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관 시에는 직사광선과 열을 피하고, 개봉 후 2~3개월 내 사용하는 것이 향미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으로 권장된다. 국제 올리브오일 협회(IOC)는 오픈 이후 공기 접촉이 누적될수록 산화가 진행되어 풍미가 변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라나다라는 이름이 스페인어로 '석류'를 뜻한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풍요로운 농업적 유산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O-MED의 올리브오일 한 병에는 그 지역의 토양, 기후, 그리고 단일 농장을 고집하는 생산 철학이 함께 담겨 있다.
이탈리아 남부 몰리세의 마리나 콜로나 농장은 수백 년 수령 올리브 나무와 단일 농장 철학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품종 다양성과 저온 착유가 만들어 내는 복합적인 풍미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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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하엔 주 과르다만(Guarromán)에 자리한 Oro Bailén은 피쿠알 품종 단일 농장 올리브오일의 기준점으로 꼽힌다. 4대째 이어온 가족 경영과 혹독한 품질 관리가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통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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