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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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오일과 트랜스지방은 같은 '지방'이라는 이름 아래 전혀 다른 구조와 특성을 지닌다. 두 지방의 화학적 차이부터 식생활에서의 역할까지, 핵심 포인트를 한데 모아 정리했다.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운 식용유와 가공식품 사이에서 '지방'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모든 지방이 동일한 방식으로 체내에서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영양과학계는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 올리브오일과 트랜스지방은 그 대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두 극단이다.
지방의 성질은 탄소 사슬의 '이중결합' 유무와 배열 방식으로 결정된다. 불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을 가지며, 결합 주변 수소 원자의 배치에 따라 시스(cis)형과 트랜스(trans)형으로 나뉜다. 자연 상태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지방산은 대부분 시스형이다. 반면 트랜스지방은 이중결합 양쪽 수소 원자가 서로 반대 방향에 놓인 구조로, 자연계에는 극소량만 존재하며 주로 식물성 기름을 산업적으로 수소화(경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이 구조적 차이가 지방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처럼 상온에서 고체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식품에 바삭한 식감과 긴 유통기한을 부여한다. 마가린·쇼트닝·일부 튀김용 오일에 산업적으로 활용된 이유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의 지방산 구성은 시스형 단일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oleic acid, C18:1)**이 전체의 55~8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팔미트산·리놀레산 등으로 이루어지며, 트랜스지방산 함량은 사실상 검출 한계 수준이다.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C) 기준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등급의 트랜스 올레산 함량은 0.05% 이하, 트랜스 리놀레산·리놀렌산의 합 역시 0.05% 이하로 제한된다.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이 패턴이 심혈관 관련 지표에 긍정적인 연관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여러 관찰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2013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PREDIMED 연구에 따르면, 올리브오일을 포함한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그룹에서 심혈관 관련 복합 지표가 대조군 대비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다만 단일 식품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며, 전반적인 식이 패턴의 맥락 안에서 해석해야 한다.
또한 EVOO에는 올레오칸탈(oleocanthal)·올레아세인(oleoaceein) 등의 페놀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이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생체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일부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폴리페놀 함량은 품종·수확 시기·가공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등급 표기와 함께 이화학 분석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산업적으로 생성된 트랜스지방(iTFA)의 글로벌 식품 공급망 퇴출' 계획인 REPLACE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WHO 자료에 따르면 산업적 트랜스지방 섭취는 연간 약 50만 건의 심혈관 관련 사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고되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100g(mL)당 0.5g 미만이면 '0'으로 표기할 수 있어, 영양성분표 상 '0'이라도 실제로는 미량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원재료명에 '경화유', '부분경화유', '쇼트닝', '마가린' 등의 표기가 있다면 트랜스지방 함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부분경화유(PHO)를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GRAS)'에서 제외하고 식품에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덴마크는 이보다 훨씬 앞선 2003년에 트랜스지방 함량 상한선을 2% 이하로 규제했으며, 이후 심혈관 질환 관련 입원율 변화를 추적한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지방의 질을 가늠할 때 세 가지 기준이 자주 언급된다. 첫째는 지방산 구성 비율이다. 단일불포화지방산과 다불포화지방산의 비중이 높고, 트랜스지방산이 최소화된 제품을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 방향이다. 둘째는 산화 안정성이다. EVOO는 올레산 함량이 높아 다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에 비해 산화에 상대적으로 강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는 가공 과정이다. 엑스트라버진 등급은 열·화학 정제 없이 물리적 압착만으로 얻어지므로, 폴리페놀 등 미량 생리활성 성분의 손실이 적은 편이다.
일상 조리에서 EVOO를 활용할 때는 발연점(약 190~210°C)을 고려해 고온 딥프라이보다 소테·볶음·드레싱·마무리 오일로 사용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빛과 열, 산소에 노출될수록 산화가 진행되므로 어둡고 서늘한 곳에 밀봉 보관하고 개봉 후에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소진하는 것이 좋다.
트랜스지방이 주로 숨어 있는 식품군으로는 마가린류, 시판 쿠키·크래커, 일부 팝콘, 인스턴트 라면 스프, 크리머 등이 꼽힌다. 원재료명 확인 습관이 불필요한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권고된다.
지방 선택은 단순히 '덜 먹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임을 영양학계는 오랫동안 강조해 왔다. 올리브오일과 트랜스지방의 비교는, 같은 칼로리를 가진 지방이 구조에 따라 얼마나 다른 맥락을 갖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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