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한국 사찰음식의 철학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오신채를 쓰지 않는 담백한 조리 방식 위에 올리브오일 특유의 향과 풍미가 더해질 때, 두 문화의 채식 미학은 예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만난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단순히 '고기를 빼고 채소를 쓰는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수행의 연장선이며,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철학적 태도다. 파·마늘·달래·부추·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를 배제하고, 최소한의 간과 조리를 통해 식재료가 스스로 말하도록 놔두는 방식이 그 핵심이다. 된장과 간장, 참기름, 들기름이 오랜 시간 사찰 주방을 지켜온 기름이었다면, 이제 그 자리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이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고 있다.
유네스코는 2022년 한국의 사찰음식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며 세계적 관심을 촉구했고, 같은 해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 중 사찰음식 체험을 선택한 비율이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비건·플랜트베이스드 트렌드가 맞물려 있다.

올리브오일과 사찰음식은 언뜻 낯선 조합처럼 보이지만, 두 문화는 '재료를 해치지 않는다'는 공통 언어를 갖는다. 지중해 연안에서 올리브오일은 수천 년간 수도원과 종교 공동체의 부엌에서 핵심 기름으로 쓰였다. 동방정교회와 가톨릭의 단식 기간에도 올리브오일은 허용되는 지방원이었고, 그리스 아토스 산 수도원의 식단은 채소·콩류·올리브오일만으로 구성된 날이 연간 180일을 넘는다는 기록이 있다.
사찰음식 역시 재료의 단순함이 맛의 깊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두부, 버섯, 묵나물, 된장, 곡물 — 이 재료들은 올리브오일의 풀(grass), 아몬드, 허브 노트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의 여백을 채운다. 참기름이 고소함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면, 올리브오일은 향긋한 입체감으로 첫인상을 담당한다.
실제로 현대 한국의 비건 레스토랑과 일부 사찰음식 연구자들은 올리브오일을 조리에 도입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나물 무침의 마무리 오일로. 전통적으로 참기름을 한 방울 넣어 마무리하는 시금치나물, 취나물, 가지나물 등에 올리브오일을 같이 쓰거나 대체하면 산뜻한 허브향이 더해진다. 가열하지 않는 마지막 단계에 쓰는 것이 포인트다. EVOO 특유의 폴리페놀 향미는 열에 의해 휘발되는 경향이 있어, 불을 끄고 나서 넣는 것이 권장된다.
두부 요리의 소테 기름으로. 두부를 팬에 지질 때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면 들기름과 달리 연기점 제한에 덜 민감하다. 압착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고품질 EVOO의 발연점은 약 180~200°C 범위로 보고되며(국제올리브협회, IOC 자료 기준), 두부 소테에 쓰이는 중불 수준에서는 충분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발효 장류와의 드레싱 블렌딩으로. 된장 소량에 올리브오일, 식초, 조청을 섞으면 고소하면서도 복합적인 채식 드레싱이 완성된다. 이 조합은 글루텐프리이며 오신채가 없어 엄격한 채식 식단에도 부합한다. 해외 비건 푸드 커뮤니티에서도 'gochujang-EVOO dressing'처럼 한국 발효 재료와 올리브오일을 결합한 레시피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채식 식단과 EVOO를 함께 이야기할 때 영양적 맥락을 빠뜨릴 수 없다. 다만, 특정 건강 효과를 단정하는 것은 일반식품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식물성 식단 내에서 EVOO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의 식이 연구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에서 EVOO는 불포화지방산 공급원으로서 식물성 식품의 영양소 흡수를 도울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지용성 성분인 카로티노이드나 비타민 K는 지방 없이는 흡수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고, 사찰음식의 주재료인 녹색 채소와 뿌리채소에는 이러한 성분이 풍부하다. 올리브오일을 무침이나 샐러드에 곁들이면 이 흡수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관점이다. 물론 이는 개인 체질과 섭취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면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3년 식품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비건·채식 관련 식품 시장은 전년 대비 약 15% 성장했으며 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식습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올리브오일은 단순한 수입 식재료를 넘어 한국 채식 문화와 결합하는 조리 기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서울 인사동과 북촌 일대의 사찰음식 레스토랑, 성북동의 비건 한식당, 제주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등에서 올리브오일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 추종이 아니라, '좋은 재료 하나로 맛을 완성한다'는 사찰음식 본래의 정신과 EVOO가 추구하는 산지·품종·수확 시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서로 공명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두 문화 모두 재료의 출처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찰음식이 텃밭과 계절에 충실하듯,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품종과 수확 직후 냉압착이라는 조건에 충실하다. 그 닮음이 밥상 위에서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떡·약과 같은 한식 디저트와 어우러지는 새로운 미식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 재료가 지닌 고소함과 올리브오일 특유의 풀향·쓴맛이 예상 밖의 조화를 이루며, 홈베이킹·카페 메뉴 양쪽에서 조용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슈퍼마켓 진열대를 벗어나 레스토랑 주방과 테이블 위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본다. 피니싱 오일부터 고온 조리까지, 외식 현장에서 펼쳐지는 EVOO의 다채로운 쓰임새를 담았다.
ORO CELESTE 오히블랑카(산도 0.16%·폴리페놀 600+ mg/kg)가 카르파초의 섬세한 육향과 치즈보드의 복합적인 유지방을 어떻게 완성하는지, 풍미 원리부터 실전 플레이팅 팁까지 정리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 식재료와 만날 때 풍미가 배가된다. 봄나물부터 여름 해산물, 가을 버섯과 겨울 뿌리채소까지, EVOO와 어울리는 사계절 페어링 조합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농촌의 오래된 식사법 핀치모니오(Pinzimonio)는 생채소를 올리브오일에 찍어 먹는 단순한 행위 안에 계절과 땅의 철학을 담는다. 올리브오일을 소스가 아닌 '식탁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소개한다.
OLEA 에디터

슈퍼마켓 진열대를 벗어나 레스토랑 주방과 테이블 위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본다. 피니싱 오일부터 고온 조리까지, 외식 현장에서 펼쳐지는 EVOO의 다채로운 쓰임새를 담았다.
OLEA 에디터

고소하게 기포가 살아있는 사워도우 한 조각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한 접시. ORO CELESTE 세 품종이 빵과 만나는 방식, 그리고 디핑 문화가 식탁 위에서 어떻게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OLEA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