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슈퍼마켓 진열대를 벗어나 레스토랑 주방과 테이블 위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본다. 피니싱 오일부터 고온 조리까지, 외식 현장에서 펼쳐지는 EVOO의 다채로운 쓰임새를 담았다.

한때 레스토랑 테이블에 놓인 올리브오일 병은 단순한 '빵 찍어 먹는 소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파인다이닝부터 캐주얼 이탈리안, 한식 퓨전 레스토랑까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EVOO)은 하나의 독립된 재료이자 셰프의 철학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 올리브오일 협회(IOC)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올리브오일 소비 중 외식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며, 유럽·북미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레스토랑 납품용 EVOO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올리브오일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올리브오일은 용도·등급·취급 방식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외식 현장의 셰프들이 EVOO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에 쓰는지를 알면, 집에서도 올리브오일을 훨씬 넓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EVOO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는 항목은 산도(Acidity)와 폴리페놀 함량이다. 산도는 유리지방산의 비율로, 낮을수록 올리브 열매의 신선도가 높다는 지표로 읽힌다. 국제 올리브오일 협회 기준에 따르면 엑스트라 버진 등급은 산도 0.8% 이하를 충족해야 하지만, 까다로운 레스토랑일수록 0.3% 이하, 혹은 그보다 낮은 수치를 선호한다.
폴리페놀은 올리브오일 특유의 쓴맛·매운맛·녹색 허브향을 좌우하는 성분군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주립 농업연구소(IFAPA) 연구에 따르면,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EVOO일수록 산화 안정성이 높아 조리 중 향미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고열 조리보다는 피니싱 단계에서 활용할 수일수록 폴리페놀이 풍부한 싱글 오리진 오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첫째, 피니싱 오일(Finishing Oil). 완성된 요리 위에 마지막으로 두르는 방식이다. 파스타·리소토·수프·구운 생선 등에 한두 바퀴 둘러 향을 입히고 윤기를 더한다. 이 용도에서는 품종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만큼, 셰프들은 요리의 풍미 방향성에 맞춰 품종을 달리 선택한다. 허브·아몬드 뉘앙스의 오일은 섬세한 해산물 요리에, 강렬한 쓴맛과 후추향이 두드러지는 오일은 붉은 육류나 두꺼운 스테이크에 어울린다는 것이 현장 셰프들의 공통된 경험담이다.
둘째, 디핑(Dipping). 양질의 빵과 함께 테이블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오일 자체의 향미를 가감 없이 느끼는 자리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주로 취하는 방식이지만, 최근 한국 내 지중해 요리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에서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소금 한 꼬집, 발사믹 몇 방울을 더하기도 하고, 허브를 우린 인퓨즈드 오일로 변형하기도 한다.
셋째, 저온~중온 조리. 볶음·소테·콩피 등에서 EVOO를 베이스 오일로 사용하는 것이다. 흔히 '발연점이 낮아 고온 조리에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국제식품정보위원회(IFIC) 재단이 인용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고품질 EVOO의 발연점은 190~210°C 수준으로, 일반적인 가정 조리 온도 범위에서 충분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마늘·허브를 저온에서 올리브오일에 천천히 인퓨징한 뒤 소스 베이스로 활용하는 기법이 널리 쓰인다.
넷째, 에멀시피케이션(Emulsification). 마요네즈·아이올리·비네그렛 등 드레싱과 소스의 기반 오일로 활용한다. EVOO의 지방산 조성은 유화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유리하며, 특유의 풍미가 드레싱 전체의 캐릭터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이나 일본의 레스토랑에서 EVOO는 이탈리안 전문점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한식 파인다이닝, 퓨전 오마카세, 채식 레스토랑 등 장르를 넘어 EVOO를 적극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출입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올리브오일 수입량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식품 서비스(B2B) 채널 비중이 소매 채널 못지않게 성장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셰프들이 EVOO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한 오일'이라는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버터나 중립적인 식물성 오일로는 낼 수 없는 복합적인 향미 층위, 그리고 산지·품종·수확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테루아적 특성이 요리에 이야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와인처럼 빈티지와 품종을 메뉴판에 명기하는 레스토랑도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 조금씩 나타나는 중이다.

레스토랑에서 EVOO를 맛있게 경험했다면, 그 경험을 집에서 재현하는 첫걸음은 용도에 따른 오일 구분이다. 일상 조리용과 피니싱용을 분리해두는 것만으로도 활용 폭이 넓어진다. 조리용으로는 산도가 낮고 안정성이 높은 오일을, 피니싱용으로는 폴리페놀이 풍부하고 향이 선명한 싱글 오리진 오일을 선택하는 방식이 레스토랑 주방에서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접근이다.
보관 역시 중요하다. 빛과 열에 노출될수록 산화가 빨라지므로, 주방 열원 근처보다는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는 것이 기본이다. 개봉 후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소진하는 것이 향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셰프들이 대용량 캔보다 소용량 병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대 앞에서 라벨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때, 식탁 위의 식사도 달라진다. 레스토랑은 그 변화를 먼저 경험하는 실험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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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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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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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 에디터

된장찌개 위에 두르는 올리브오일 한 줄기, 김치전에 더하는 첫 번째 기름 한 스푼. 한국 발효 식탁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만나는 방식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풍미 깊다. 실제 활용법과 페어링 원리를 풀어본다.
OLEA 에디터

식물성 단백질 식재료의 대표주자인 두부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조합하는 방법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굽기·마리네이드·드레싱까지, 비건 식탁에서 오일이 맛과 영양 모두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안내한다.
OLEA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