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간장·다시마·미소가 주도하는 일본 식탁에 올리브오일이 스며들고 있다. 섬세한 우마미 문화와 서양의 기름이 충돌 대신 조화를 택한 배경, 그리고 실제 요리 사례를 살펴본다.

일본 식문화는 오랫동안 '기름을 절제하는 식탁'으로 알려져 왔다. 화식(和食)의 핵심은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조리법, 즉 찌거나 끓이거나 날것으로 먹는 방식이다. 그 안에서 기름은 오히려 잡음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 사이, 올리브오일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일본의 주방 안으로 자리를 넓혀왔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식용유지 소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 올리브오일 소비량은 2000년대 초반 대비 2020년대 들어 두 배 이상 늘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지중해식 식단의 글로벌 확산, 그리고 고령화 사회가 맞닥뜨린 영양 설계의 전환이 맞물린 결과다. 단순한 서양 요리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 일본인들은 올리브오일을 '서양 음식에 쓰는 기름'이 아니라 '화식에도 쓸 수 있는 좋은 기름'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화식의 근간은 '우마미(うま味)'다. 다시마, 가쓰오부시, 된장, 간장에서 비롯되는 이 감칠맛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맛 성분과 결합할 때 깊이를 더한다. 흥미롭게도 올리브오일은 이 우마미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름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다시 육수의 수용성 감칠맛을 입안에 오래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도쿄의 일부 일식 셰프들은 차가운 두부 요리인 히야얏코에 간장 대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소금 한 꼬집만 올리는 방식을 시도해 왔다. 두부의 담백함이 올리브오일의 과일향과 만나 예상보다 깊고 균형 잡힌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소시루(된장국)에 한두 방울의 올리브오일을 마무리로 넣으면, 국물 표면에 기름막이 형성되어 온도를 오래 유지하고 된장의 향을 고정시키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일본에서 올리브오일이 스며든 요리 방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마무리 기름(仕上げオイル)'으로서의 활용이다. 조리 후 마지막 단계에 뿌리는 방식으로, 열을 가하지 않아 올리브오일 고유의 향과 풍미가 살아있다. 낫토(납두) 위에 올리브오일을 섞으면 특유의 점성이 줄어들고 풍미가 부드러워진다. 오이와 미역 초무침에도 참기름 대신 올리브오일을 쓰는 레시피가 일본 요리 잡지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두 번째는 '볶음 단계에서의 대체'다. 야키토리나 채소 볶음에 식물성 기름 대신 올리브오일을 쓰는 경우다. 높은 연기점을 요구하는 강불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중약불 볶음이나 솟데(소테)에서는 올리브오일의 향이 재료의 맛과 잘 어우러진다.
세 번째는 '절임과 보존'이다. 교토식 절임 채소(쓰케모노)를 만들 때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함께 사용해 서양식 마리네이드와 일본 절임의 중간 지점을 만드는 시도가 늘고 있다. 가지, 파프리카, 버섯류가 특히 잘 어울린다.

일본이 올리브오일을 단순히 수입 식품으로 소비하는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가가와현 쇼도시마를 보면 잘 드러난다. 쇼도시마는 일본 최초의 올리브 재배지로 1908년부터 올리브 농업이 시작된 곳이다. 현재 이 섬에서 생산된 올리브오일은 '일본의 에비앙'처럼 희소성과 문화적 가치를 함께 지닌 프리미엄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가와현 농업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쇼도시마의 올리브 재배 면적은 201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역 특산물로서 올리브오일의 브랜드 가치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 섬의 올리브오일은 생선 요리나 소면(소면)에 뿌리는 방식으로 현지 화식과 결합된 레시피와 함께 판매된다. 올리브오일이 단지 수입 문화가 아니라 일본 자체의 산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화식이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강조된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소재를 살리는 조리 철학'이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특히 신선한 계절의 올리브를 저온 압착한 고품질 오일 역시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더하는 방식으로 쓰일 때 가장 빛난다. 두 식문화가 공유하는 이 철학이, 간장과 올리브오일이 한 식탁에 앉는 것을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바탕이다.
일본 식탁의 올리브오일 수용은 아직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 화식 안에서의 위치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으며, 가정 요리와 레스토랑 요리 사이에도 여전히 간극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올리브오일은 화식의 섬세함을 위협하는 침입자가 아니라, 그 섬세함을 다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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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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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