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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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기슭에 자리한 아폴로 올리브 오일은 4세대에 걸쳐 유기농 올리브를 재배해 온 가족 농장이다. 조기 수확과 콜드프레스 방식으로 빚어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의 철학과 개성을 살펴본다.

캘리포니아 주 북부, 시에라 네바다 산맥 서쪽 기슭의 완만한 구릉지대. 이곳 오로빌(Oroville) 인근에 아폴로 올리브 오일(Apollo Olive Oil) 농장이 자리한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이 처음 올리브나무를 심은 이래, 현재는 4세대가 같은 땅을 경작하고 있다. 농장이 위치한 뷰트 카운티(Butte County)는 지중해성 기후와 화강암 토양이 맞물려 올리브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폴로 올리브 오일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당시 캘리포니아 올리브오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올리브오일협회(COOC)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생산량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역 특산물로서의 위상을 다져왔다. 아폴로는 이 흐름 속에서도 규모 확장보다 품질 고수를 선택한 농장으로 평가받는다.

아폴로의 철학은 두 단어로 요약된다. '조기 수확(early harvest)'과 '콜드프레스(cold press)'. 올리브가 완전히 익기 전, 초록빛이 도는 전환기에 열매를 따는 조기 수확은 폴리페놀 함량을 높이는 대신 수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국제올리브협회(IOC)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올리브 성숙도가 낮을수록 올레오칸탈·올레아세인 등 페놀 화합물의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다.
수확 직후 24시간 이내에 가동되는 콜드프레스 공정도 아폴로의 자부심이다. 착유 온도를 27°C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엑스트라 버진 인증의 기본 요건이지만, 아폴로는 이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열로 인한 방향 성분 손실을 최소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생산된 오일은 풋풀 향, 아티초크 노트, 그리고 후미에 남는 매운 끝맛이 특징으로 꼽힌다.
아폴로 농장에서 재배되는 올리브 품종은 다양하다. 이탈리아 원산의 마우리노(Maurino), 레치노(Leccino), 펜돌리노(Pendolino)를 비롯해 스페인 원산의 아르베키나(Arbequina)까지 여러 품종이 공존한다. 이는 단일 품종 오일과 블렌드 오일을 함께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단일 품종 라인업 중 마우리노는 묵직한 바디감과 허브 계열의 풍미로, 아르베키나는 버터리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각각 다른 미각 경험을 제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블렌드 제품은 복합적인 레이어를 구성하기 위해 수확 시기와 품종 비율을 매년 조율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기후 조건에 따라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지는 '빈티지' 개념을 올리브오일에 적용한 사례로 꼽힌다.

아폴로 올리브 오일은 미국 농무부(USDA) 유기농 인증을 획득한 농장이다. 합성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커버 크롭(cover crop) 재배와 퇴비 순환을 통해 토양 건강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내 유기농 식품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인데, 미국 유기농무역협회(OTA)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기농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폴로는 이러한 시장 흐름 이전부터 유기농 경작을 실천해 온 농장으로 평가된다.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점적 관개(drip irrigation) 시스템을 도입해 물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특유의 건기가 길어지는 기후 특성 속에서, 효율적인 물 관리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아폴로 올리브 오일은 뉴욕 인터내셔널 올리브오일 컴페티션(NYIOOC), LA 인터내셔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컴페티션 등 주요 국제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산 올리브오일이 지중해산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품질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캘리포니아 올리브오일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엄격한 품질 기준이 있다. COOC 인증 기준은 국제올리브협회 기준보다 산도·감각 평가에서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폴로는 이 인증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4세대에 걸친 경험과 현대적 품질 관리가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폴로 올리브 오일의 사례는 올리브오일 선택에서 '산지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어느 땅에서, 어떤 품종이, 언제 수확되어, 어떤 방식으로 착유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오일의 풍미와 성분 구성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4세대 농가가 한 땅에서 올리브나무를 돌보며 축적한 지식은 데이터로 환원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어느 해 봄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어느 사면의 나무가 더 일찍 익는지, 블렌드 비율을 어떻게 조정해야 그해의 특성이 살아나는지. 이런 감각적 지식이 병 안에 담긴다. 올리브오일 한 병을 고를 때 그 배경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좋은 오일을 고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캘리포니아 올리브 농장의 선구자 McEvoy Ranch와 CCOF 유기농 인증 기준을 통해, 미국산 유기농 올리브오일이 어떤 토양과 철학 위에서 만들어지는지 깊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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