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가이드
세계 다섯 곳의 장수 지역 '블루존'에서 올리브오일은 단순한 조리용 지방이 아니라 식탁의 중심에 자리한다. 지중해 식이 연구와 블루존 데이터를 교차해 올리브오일이 장수 식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인구학자 미셸 풀랭과 저널리스트 댄 뷰트너가 공동으로 제안한 '블루존(Blue Zone)' 개념은,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세계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다섯 지역을 가리킨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오글리아스트라 지방, 일본 오키나와, 그리스 이카리아 섬,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가 그 다섯 곳이다. 뷰트너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협력해 2005년 처음 발표한 이 연구는 이후 여러 학술지를 통해 후속 검토가 이루어졌다.
다섯 블루존은 문화·기후·종교가 모두 다르지만, 식단에서 몇 가지 공통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식물성 식품 중심, 절제된 칼로리, 그리고 지방 공급원으로서 올리브오일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특히 사르데냐와 이카리아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올리브오일 소비량이 전통적으로 매우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존 개념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과학계는 지중해 식이와 수명의 관계를 추적해 왔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근거 중 하나는 2013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된 PREDIMED(PREvención con DIeta MEDiterránea) 연구다. 스페인 연구진이 7,4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대규모 임상 연구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충분히 섭취한 그룹에서 심혈관 관련 주요 사건 발생률이 대조군 대비 낮게 관찰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카리아 섬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아테네 대학교 의과대학이 주도한 이카리아 연구(Ikaria Study)에 따르면, 섬 주민들의 올리브오일 하루 평균 섭취량은 약 6큰술(약 90ml)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그리스 본토 평균보다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 섭취 패턴이 이카리아의 높은 장수 비율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서술했지만, 생활 방식·사회적 유대 등 다른 요소와 분리해 올리브오일만의 기여를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올리브오일에서 주목하는 성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단일 불포화 지방산(MUFA)인 올레산(Oleic acid)이고, 둘째는 올리브 열매에서 유래하는 폴리페놀 화합물군이다.
올레산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지방산 구성의 약 55~83%를 차지한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올리브오일의 올레산이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건강 강조 표시를 승인한 바 있다(EFSA, 2011). 단, 이는 특정 섭취 조건과 전반적인 식이 균형을 전제로 한다.
폴리페놀은 올리브오일의 품질 지표 중 하나로, 특히 올레오칸탈(Oleocanthal)과 하이드록시티로솔(Hydroxytyrosol)이 연구 대상에 자주 오른다. 2019년 《에이징(Aging)》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올레오칸탈은 세포 수준에서 특정 염증 관련 경로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저자들은 이것이 장수 연구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당 연구는 세포 및 동물 모델을 기반으로 하므로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폴리페놀 함량은 품종·수확 시기·가공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조기 수확한 그린 올리브로 만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일수록 폴리페놀 농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블루존 연구를 정리한 뷰트너의 저서 《블루존》(2008) 및 후속 인터뷰에 따르면, 사르데냐와 이카리아 주민들은 올리브오일을 가열 조리보다는 날것으로 채소·콩류·통곡물 위에 뿌려 먹는 방식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폴리페놀 산화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올리브오일은 단독 식품이 아니라 식단 전체의 맥락 속에서 소비된다. 콩류, 제철 채소, 발효 유제품, 통곡물 빵과 함께 섭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시너지 효과가 단일 성분의 효과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의 식이 연구팀이 발표한 지중해 식이 점수 관련 분석에 따르면, 특정 식품 하나가 아니라 식이 패턴 전체가 건강 지표와 더 강하게 연관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장수 연구와 블루존 문헌을 통해 부각되는 올리브오일의 특성을 실제 구매에 적용하려면 몇 가지 기준이 도움이 된다.
첫째, 등급이다. 엑스트라버진(EVOO) 등급만이 화학·관능 기준을 모두 충족한 최상위 등급이며,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C) 기준 산도 0.8% 이하가 요건이다. 연구에서 언급되는 올리브오일은 사실상 대부분 엑스트라버진을 가리킨다.
둘째, 수확 연도와 생산 날짜다. 올리브오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폴리페놀이 감소하므로, 생산 후 18개월 이내 소비가 권장된다.
셋째, 폴리페놀 함량 표기다. 일부 생산자는 병에 mg/kg 단위로 폴리페놀 수치를 표기한다. EFSA의 건강 강조 표시 기준(하이드록시티로솔 및 그 유도체 기준 하루 20g 섭취 시 5mg 이상)을 참고하면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블루존과 지중해 식이 연구가 공통으로 시사하는 점은, 올리브오일이 '기능성 보조제'가 아니라 '일상 식이의 구성 요소'로 작동할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매일 샐러드나 채소 요리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두르는 습관, 버터 대신 빵에 올리브오일을 찍는 방식, 콩 요리나 수프를 마무리할 때 올리브오일로 풍미를 더하는 방식이 블루존 식탁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식이 외에도 신체 활동, 사회적 유대감, 스트레스 관리, 수면 등이 장수에 복합적으로 기여한다고 연구들은 강조한다. 올리브오일 한 가지가 수명을 결정한다고 단정하기 이르지만, 장수 지역의 식탁에서 꾸준히 발견되는 이 황금빛 지방은 건강한 식이 패턴을 구성하는 데 주목할 만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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