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메이킹/공정
올리브오일 라벨에 자주 등장하는 '콜드프레스', '1차 압착', '원심분리' 표기는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까. 각 착유 방식의 원리와 품질 연관성, 그리고 EU 규정이 정의하는 기준까지 꼼꼼하게 짚어본다.

올리브오일 병을 집어 들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문구들이 있다. '콜드프레스(Cold Press)', '1차 압착(First Press)', '원심분리(Centrifuge Extracted)'. 소비자는 직관적으로 '더 자연스럽고 신선한 방법으로 짜냈겠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이 표현들이 실제로 무엇을 보증하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착유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좋은 올리브오일을 고르는 첫 번째 단계이기도 하다.
'퍼스트 프레스(First Press)' 또는 '1차 압착'이라는 표현은 수십 년 전 올리브오일 생산 방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과거에는 올리브 과육을 거친 돌 맷돌로 분쇄한 뒤 짚으로 만든 원형 매트, 이른바 '스코르토(sporto)'에 반죽을 얹고 층층이 쌓아 유압 프레스로 눌렀다. 이때 처음 흘러나오는 기름이 '1차 압착유'였고, 더 강하게 눌러 다시 짜낸 것이 '2차 압착유'였다.
그런데 현대의 올리브오일 생산 시설 대부분은 연속식 원심분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올리브를 파쇄한 뒤 디캔터(decanter)라는 원심분리기를 통해 기름, 물, 고형물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공정에는 '1차'와 '2차'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1차 압착'이라고 표기된 병의 기름이 실제로 오래된 유압 프레스 방식으로 생산되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EU 올리브오일 규정(EC No 1348/2013)에서도 '1차 압착'이라는 표현은 엑스트라버진 등급의 법적 정의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라벨에 쓰인 1차 압착이라는 문구는 품질을 법적으로 보증하는 표현이 아니다.

'콜드프레스'나 '저온 압착'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처럼 들리지만, 이 경우만큼은 EU 규정에 명확한 정의가 존재한다. EC No 1019/2002 규정에 따르면, '콜드 프레스드(Cold Pressed)'라는 표현을 라벨에 사용하려면 착유 과정에서 올리브 페이스트(반죽)의 온도가 27°C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콜드 익스트랙티드(Cold Extracted)'는 원심분리 방식으로 착유하되, 동일하게 27°C 이하의 온도를 유지했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왜 온도가 중요한가. 올리브를 파쇄하고 반죽하는 말라사지온(malaxation) 단계에서 온도를 높이면 기름의 수율이 올라간다. 더 많은 양의 기름을 짜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폴리페놀, 토코페롤 같은 열에 민감한 생리활성 성분이 손실되고, 향과 풍미를 만드는 휘발성 화합물이 증발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스페인 코르도바대학교(Universidad de Córdoba)의 연구에 따르면, 말라사지온 온도를 27°C 이하로 유지한 경우 히드록시티로솔(hydroxytyrosol)과 올레오칸탈(oleocanthal) 계열 폴리페놀 함량이 더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콜드프레스' 표기는 라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착유 조건 관련 문구 중 가장 실질적인 법적 근거를 갖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착유의 표준은 연속식 원심분리 공정이다. 올리브를 파쇄기(crusher 또는 hammer mill)로 분쇄하고, 반죽 상태로 만든 뒤 디캔터(수평 원심분리기)를 거쳐 기름과 식물수, 고형 과육 찌꺼기를 분리한다. 이어 수직형 원심분리기(separator)로 잔여 수분을 제거해 최종 기름을 얻는다.
이 방식이 품질 면에서 구식 프레스보다 열등하다는 통념은 오해다. 국제올리브오일이사회(IOC, International Olive Council)의 기술 자료에 따르면, 현대 연속식 공정은 위생 관리가 훨씬 용이하고 산화 노출 시간이 짧아 산도 및 산패 지표(과산화물가, K268 등) 관리에 유리하다. 핵심은 어떤 기계를 쓰느냐가 아니라, 착유 온도·시간·위생·올리브 원료의 신선도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에 있다.

착유 방식 논의를 한 단계 올라서서 바라보면, 결국 소비자가 주목해야 할 가장 확실한 기준은 '엑스트라버진(Extra Virgin)' 등급이다. IOC 기준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①산도(유리지방산) 0.8% 이하, ②과산화물가 20 meq O₂/kg 이하, ③화학적 결함 없음, ④관능 평가(패널 테스트)에서 결함 0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착유 방식이나 라벨 표현과 무관하게, 이 등급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오일은 버진 또는 램판테(정제 원료) 등급으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아무리 '1차 압착', '콜드프레스' 문구가 붙어 있어도 엑스트라버진 등급 인증이 없다면 품질을 보증받기 어렵다. 반대로 '원심분리' 방식으로 추출했더라도 저온 조건을 유지하고 엑스트라버진 기준을 통과한 오일은 훌륭한 품질일 수 있다.
올리브오일을 고를 때 착유 방식 표기를 참고하되, 다음 순서로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첫째, '엑스트라버진' 등급 표기를 확인한다. 둘째, 수확 연도(Harvest Date) 또는 최적 소비 기한(Best By)을 확인해 신선도를 가늠한다. 일반적으로 수확 후 12~18개월 이내 소비가 권장된다. 셋째, '콜드프레스드' 또는 '콜드 익스트랙티드' 문구가 있다면 EU 규정상 27°C 이하 착유를 의미하므로 긍정적인 지표로 참고할 수 있다. 넷째, '1차 압착' 단독 표기는 현대 공정 구조상 법적 의미가 없으므로 다른 지표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다섯째, 생산 지역과 품종 정보가 명시된 단일 산지(single origin) 제품은 생산자 추적과 품질 관리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라벨에 담긴 문장들은 마케팅 언어와 기술 규정이 혼재하는 공간이다. 각 표현의 실제 정의를 이해하는 것이, 결국 더 나은 올리브오일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올리브오일의 풍미와 폴리페놀 함량은 압착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ORO CELESTE가 27℃ 이하 콜드프레스를 고집하는 이유와, 그 온도 선택이 아로마·산도·항산화 성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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