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설과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참기름과 들기름이 주인공이었던 명절 부엌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한식 조리법과의 호환성, 풍미 조합, 보관법까지 명절 식탁을 위한 실전 가이드를 담았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부엌 선반에 참기름 병이 꺼내진다. 나물을 무치고, 국에 향을 더하고, 전 반죽에 한 방울 떨어뜨리는 그 익숙한 동작은 한국 명절 음식의 '마침표' 같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그 참기름 옆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EVOO) 병을 나란히 두는 가정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3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용유지 시장에서 올리브오일 카테고리는 건강 관심 소비자 증가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30~40대 주부층을 중심으로 '일상 요리에 올리브오일을 쓴다'는 응답 비율이 이전 세대 대비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요리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핵심은 '대체'가 아닌 '병용'이다. 참기름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향은 그 자체로 한식의 정체성이기에 완전히 밀어낼 이유가 없다. 대신 EVOO는 그 향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조리 단계, 혹은 더 담백하고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한 음식에서 훌륭한 보완재가 된다.

차례상의 꽃은 단연 전(煎)이다. 동그랑땡, 생선전, 호박전, 표고버섯전…. 명절 전날 저녁 부엌에서 기름이 달궈지는 소리와 냄새는 명절 그 자체이기도 하다.
전을 부칠 때 EVOO를 사용하면 몇 가지 변화가 생긴다. 첫째, 식감이 달라진다. 올리브오일은 발연점이 품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고품질 엑스트라 버진 제품은 통상 180~200℃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을 부치는 중불 조리(약 160~180℃)에는 충분히 적합하다. 실제로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산하 지방산·지질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EVOO는 가열 시 다른 식물성 기름 대비 산화 안정성이 높아 반복 가열에서도 유해 성분 생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둘째, 풍미가 순해진다. 시판 대두유나 포도씨유에 비해 EVOO는 전 재료 본연의 맛을 더 또렷하게 살려주는 경향이 있다. 생선전의 경우 비린내를 잡아주는 효과가 알려져 있으며, 채소전에서는 재료의 단맛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는 요리 연구자들의 의견도 있다.
셋째, 전에 은은한 과일향과 초록빛 쓴맛이 더해진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강한 개성의 EVOO보다는 산도 0.2% 이하의 부드러운 제품을 선택하면 한식 특유의 간장·고춧가루 베이스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명절 나물은 시금치,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 등 다양하지만 조리법의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데쳐서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간장·마늘·참기름으로 무치는 것이 전통 방식이다.
여기서 EVOO를 참기름의 일부 또는 전량 대신 쓰면 향이 한결 가볍고 청명해진다. 특히 시금치나물의 경우, 참기름 없이 EVOO만으로 무쳤을 때 시금치 본연의 풋풋한 향이 더 살아난다고 평가하는 요리 연구자들이 있다. 도라지나물처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있는 재료는 EVOO의 폴리페놀 성분이 주는 은은한 쓴맛과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완전히 참기름을 제거하기 아쉽다면 EVOO 2 : 참기름 1의 비율로 블렌딩해 쓰는 것도 방법이다. 두 오일의 향이 섞이면 고소함은 유지하면서도 느끼함이 줄고 전체적인 무게감이 가벼워진다.

명절 국물 요리—소고기 뭇국, 갈비탕, 사골국 등—에 EVOO를 직접 넣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재료를 초벌 볶을 때 EVOO를 활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갈비찜을 만들 때 고기 표면을 EVOO로 빠르게 시어링(searing)하면 마이야르 반응이 촉진되어 표면에 진한 갈색 풍미층이 형성된다. 이 단계에서 EVOO가 기여하는 향은 이후 간장·설탕·배즙 양념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질감 없이 깊은 맛을 더해준다.
조림 요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두부조림이나 감자조림의 경우 재료를 EVOO로 먼저 노릇하게 지진 뒤 양념을 더하면 재료 표면이 더 단단하게 유지되어 양념이 과도하게 흡수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간이 덜 짜지고 재료 본연의 식감이 살아남는 효과가 있다.
명절을 앞두고 EVOO를 새로 구입하거나 꺼내 쓴다면 몇 가지를 확인하면 좋다.
등급과 산도: 엑스트라 버진 등급은 국제올리브협회(IOC) 기준으로 유리지방산 함량(산도)이 0.8% 이하여야 하며, 실제 고품질 제품은 0.3% 이하인 경우가 많다. 산도가 낮을수록 신선도와 가열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확 연도: 병 뒤 레이블의 수확 연도(harvest date) 또는 최적 소비 기한(best before)을 확인한다. 올리브오일은 일반적으로 수확 후 18~24개월 이내 소비가 권장된다.
보관: 명절에는 부엌 화구 가까이에 오일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EVOO는 빛과 열에 민감하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뚜껑을 닫아 서늘한 찬장에 보관하는 것이 산화를 늦추는 기본 원칙이다. 개봉 후에는 가급적 2~3개월 이내에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명절 요리는 양이 많고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한 번에 대용량 제품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용량 캔 제품보다는 필요한 양만 소분해 쓸 수 있는 다크 글라스 병 제품이 품질 유지에 유리하다.
올리브오일이 한식 명절 식탁에 완전히 정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쌓인 맛의 기억과 레시피는 쉽게 바뀌지 않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전을 부치는 기름 한 스푼, 나물을 무치는 드레싱 한 번, 조림 재료를 지지는 첫 단계에 EVOO를 더하는 것은 전통을 흐트러뜨리기보다 그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얹는 일에 가깝다. 명절이 가족의 입맛을 재발견하는 시간이라면, 올리브오일은 그 탐색의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의 허브향과 쌉쌀한 여운이 김치의 유산균 산미, 된장의 깊은 감칠맛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풍미 과학과 실전 페어링 관점에서 살펴본다. 발효라는 공통 언어가 두 문화의 식탁을 잇는 방식을 안내한다.
두릅·냉이·달래·봄동 등 봄철 햇나물은 올리브오일 한 방울만으로 풍미가 달라진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의 품종별 맛 특성과 봄 채소 궁합, 활용법을 소개한다.
공식 관능 패널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에서 세 병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자리는 만들 수 있다. 잔과 온도, 시음 순서, 페어링 식품까지 한 자리에 정리했다.
EVOO 는 마무리 오일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베이킹과 페이스트리에 오랜 시간 사용돼 왔다. 빵과 케이크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정리했다.

ORO CELESTE 가 오히블랑카, 시바리타, 피쿠알 단일 품종에 맞춘 가정 요리 7종 레시피 PDF 를 공식 웹사이트에서 무료 배포한다.
ORO CELESTE 편집팀

단일 품종 EVOO 라벨에 자주 적힌 시음 노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린 노트와 페퍼리, 쓴맛의 단서를 정리했다.
OLEA 에디터

Business Research Insights 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 선물 시장은 2024년 약 332억 달러에서 2033년 53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웰니스 카테고리가 성장의 중심에 있다.
OLEA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