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푸드
공식 관능 패널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에서 세 병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자리는 만들 수 있다. 잔과 온도, 시음 순서, 페어링 식품까지 한 자리에 정리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EVOO)을 와인처럼 진지하게 비교해 본 소비자는 많지 않다. 라벨의 강도 표기만으로는 내 입에 어떤 자리가 맞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 번쯤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입으로 비교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른 학습법이라는 것이 미식 업계의 일반적인 조언이다. 공식 IOC 관능 패널까지는 어렵더라도 집에서 3인에서 4인이 모여 한 시간 정도 진행하는 작은 시음회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축을 하나 잡고 그 안에서 비교하는 편이 가장 직관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강도 축으로 마일드 라인의 리구리아 타지아스카형과 미디엄 라인의 시칠리아 또는 그리스 코로네이키형, 인텐스 라인의 풀리아 코라티나형 또는 안달루시아 피쿠알형을 함께 두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품종 축으로는 안달루시아 단일 품종 세 가지(오히블랑카와 시바리타, 피쿠알)를 나란히 두는 비교도 권해진다. 산지 축이라면 같은 강도대에서 토스카나와 안달루시아, 그리스 코로네이키를 비교하는 식이다. 처음이라면 강도 축이 가장 직관적이라는 평이 많다. 차이가 큰 만큼 입이 길을 잃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식 관능 패널은 다크 블루 텀블러형 잔을 사용한다. 집에서는 작은 와인 글래스나 위스키 글라스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미식 매체의 공통된 조언이다. 입구가 좁아 향이 모이는 형태면 된다. 잔당 EVOO 양은 한 큰술 약 15ml 정도가 적당하며, 온도는 28도 안팎이 권장된다. 손바닥으로 잔을 잠시 감싸 데우는 정도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와인 테이스팅과 비슷하지만 EVOO에서 결정적인 것은 목구멍의 감각이다. 우선 색은 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둔다. 잔 입구에 코를 가까이 대고 짧게 두 번 들이마시며 풀과 과일, 아몬드, 토마토, 아티초크 가운데 어떤 노트가 잡히는지 메모한다. 작은 큰술의 3분의 1 정도 양을 입에 머금고 혀 전체에 8초에서 10초가량 굴린다. 이어 입을 살짝 열고 공기를 함께 들이마시는 슬러핑(slurping) 동작으로 향을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삼킨 뒤 목구멍 안쪽에서 올라오는 후추 같은 자극, 즉 매운맛(pungency)이 EVOO 강도의 핵심 지표가 된다.
평가 메모는 간단한 양식으로 충분하다. 향(fruitiness)에서 풀과 과일, 토마토, 아몬드의 강도와 종류를, 쓴맛(bitterness)에서 혀 안쪽에서 오르는 정도를, 매운맛에서 목 안쪽 후추감의 강도와 지속을 각각 1점에서 5점으로 적는다. 마지막으로 셋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는지 균형을 함께 메모하면 비교가 분명해진다.
시음 사이에는 그린 사과 한 조각과 저염 빵 한 조각, 상온의 물을 준비해 둔다. 그린 사과의 산은 입을 닦아 주고, 빵은 지방감을 흡수하며, 차가운 물은 혀를 마비시키므로 상온이 권해진다. 본 시음이 끝난 뒤에는 같은 3종을 식품과 함께 다시 맛본다. 약한 강도는 흰살 생선 카르파초나 부라타와, 중간 강도는 구운 빵과 으깬 토마토, 익힌 콩과, 강한 강도는 그릴 채소와 콩 스튜, 어두운 잎채소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진행은 한 시간 안팎으로 잡으면 충분하다. 첫 10분에 잔을 준비하고 오일을 따라 온도를 맞춘 뒤, 다음 20분 동안 3종을 단독으로 시음하며 메모한다. 이어 10분 정도 입을 비우고 토론하는 시간을 두고, 마지막 20분에 페어링 식품과 다시 시음하면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EVOO 시음회는 정답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 입에 맞는 결을 발견하는 자리에 가깝다는 것이 베테랑 테이스터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ORO CELESTE 가 오히블랑카, 시바리타, 피쿠알 단일 품종에 맞춘 가정 요리 7종 레시피 PDF 를 공식 웹사이트에서 무료 배포한다.
ORO CELESTE 편집팀
단일 품종 EVOO 라벨에 자주 적힌 시음 노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린 노트와 페퍼리, 쓴맛의 단서를 정리했다.
OLEA 에디터

외식 트렌드의 키워드는 미식의 일상화다. 셰프의 한 끗을 집에서 재현하려는 흐름이 프리미엄 식재료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OLEA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