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레반트 문명이 빚어낸 이스라엘 식탁에서 올리브오일은 단순한 조리 재료가 아니다. 후무스의 마무리, 샤크슈카의 베이스, 사브리치의 켜켜이 쌓인 맛까지—오일이 각 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이스라엘은 올리브나무의 오랜 고향이다. 사해 연안과 갈릴리 구릉지에는 수백 년 수령의 올리브나무가 지금도 열매를 맺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올리브오일 1인당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며, 이스라엘을 포함한 레반트 지역은 그 중심축을 이룬다. 이 땅에서 올리브오일은 수천 년에 걸쳐 종교적 의식, 일상 요리, 교역의 매개체였고, 오늘날 이스라엘 식탁에서도 여전히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지방이다.
이스라엘 음식 문화는 유대인 이민 물결과 아랍·오스만 유산, 지중해 연안 식재료가 뒤섞여 형성됐다. 그 다층적인 역사 속에서 올리브오일은 어느 한 민족의 전유물이 아니라 레반트 전체가 공유하는 공통의 언어였다. 후무스, 샤크슈카, 사브리치라는 세 가지 요리는 그 언어가 가장 선명하게 발화되는 지점이다.

후무스(Hummus)는 삶은 병아리콩을 타히니, 레몬즙, 마늘과 함께 갈아낸 크림 형태의 딥(dip)이다. 텔아비브의 오래된 후무스 전문점 '후무시야'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접시 위에 후무스를 원형으로 펼치고, 중앙에 고인 공간을 만들어 올리브오일을 듬뿍 부은 뒤 파프리카 가루와 파슬리를 흩뿌려 낸다. 이 마지막 단계가 핵심이다.
올리브오일은 단순히 윤기를 더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타히니의 고소한 쓴맛과 레몬의 산미 사이에서 오일의 과실향이 일종의 다리를 놓는다. 특히 피쿠알(Picual)이나 오히블랑카(Hojiblanca)처럼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약간의 쓴맛과 매운 끝 맛을 지닌 오일을 사용할 때, 후무스의 전체 풍미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입안에 길게 남는다. 이스라엘 요리 연구자 질 르바논이 저술한 《이스라엘 소울 푸드》에 따르면, 전통적인 후무스 장인들은 피니싱 오일로 수확 직후 착즙한 프레스코(fresco) 등급의 새 오일을 선호하며, 이것이 완성된 접시의 '살아있는 맛'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샤크슈카(Shakshuka)는 토마토와 고추, 향신료로 만든 진한 소스에 달걀을 통째로 넣어 익히는 요리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스라엘에서는 아침 식사부터 심야 식사까지 시간을 가리지 않는 국민 요리로 자리 잡았다.
샤크슈카의 시작은 언제나 올리브오일이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천천히 볶아 단맛을 끌어내는 이 첫 단계가, 이후 투입되는 토마토와 커민·파프리카·고수의 복합적인 향을 받아내는 토대를 만든다. 열에 의해 오일 안의 지용성 향미 성분이 방출되면서 향신료의 기름 용해성 화합물을 효과적으로 추출해내는 원리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식품 과학 자료에 따르면, 지용성 카로티노이드는 지방과 함께 조리할 때 흡수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토마토의 리코펜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의 식당들이 각기 다른 샤크슈카 레시피를 내세우는 것처럼, 사용하는 오일의 종류도 제각각이다. 순한 맛을 원하는 조리사는 아르베키나 품종처럼 버터리한 오일을 선택하고, 강렬한 향을 원하면 피쿠알 계열의 풀바디 오일을 고른다. 어떤 선택이든 공통점은 하나—정제유가 아닌 엑스트라버진을 쓴다는 것이다.

사브리치(Sabich)는 이라크 유대인 커뮤니티가 이스라엘에 가져온 피타 샌드위치다. 튀긴 가지, 삶은 달걀, 후무스, 이스라엘 샐러드(다진 토마토·오이·파슬리), 암바(망고 절임 소스), 타히니를 피타 빵 안에 차곡차곡 채운다. 이 구성에서 올리브오일은 적어도 세 군데에 스며든다.
첫째, 가지를 굽거나 튀길 때다. 가지는 스펀지처럼 오일을 흡수하는 식재료이므로, 어떤 오일을 쓰느냐가 최종 풍미를 결정한다. 전통 방식대로 올리브오일에 구우면 가지 특유의 쓴맛이 부드러워지고, 바삭한 표면 아래 촉촉한 단맛이 살아난다. 둘째, 이스라엘 샐러드를 무칠 때다. 잘게 썬 채소에 레몬즙과 올리브오일을 섞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가볍고 선명한 드레싱이 된다. 셋째, 완성된 사브리치 위에 타히니를 얹기 직전 오일을 한 번 더 흩뿌리는 마무리 손길이다. 이 마지막 층이 재료들을 하나의 맛으로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텔아비브 플로렌틴 지구의 사브리치 노점들은 손님이 요청하면 '더 많은 오일'을 추가로 부어준다. 이것은 관대함의 표현이자, 오일이 이 샌드위치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요소임을 경험으로 아는 문화적 직관이다.
이 세 요리가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하나다. 올리브오일은 조리 도구가 아니라 식재료다. 버터나 정제유처럼 맛을 중립화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그 자체의 향미와 질감으로 요리의 결론부를 쓰는 주인공이다.
산도와 폴리페놀 함량은 이 맥락에서 실용적인 지표가 된다. 국제올리브오일협회(IOC) 기준에 따르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산도는 0.8% 이하여야 하며, 산도가 낮을수록 신선한 과실의 풍미가 더 선명하게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리페놀은 오일 특유의 쓴맛과 매운 끝 맛을 만드는 성분으로, 함량이 높을수록 풍미가 복잡하고 산패 저항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요리 철학은 단순하다. 좋은 오일을 아끼지 말 것. 후무스 위에 오일을 '조금'이 아니라 '충분히' 붓고, 샤크슈카 팬에 오일을 '넉넉히' 두르며, 사브리치 위에 오일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뿌리는 것. 그 아낌없는 손길이 레반트 식탁의 관대함이자, 수천 년간 올리브나무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터득한 맛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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