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메이킹/공정
올리브오일의 풍미는 품종과 산지만큼이나 압착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콜드프레스와 워시드 압착의 원리부터 온도·수분이 향미에 미치는 영향까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더 깊이 이해하는 가이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로 흔히 품종·산지·수확 시기를 꼽는다. 그러나 같은 올리브 열매라도 착유 공정이 달라지면 병에 담기는 오일의 향미와 영양 성분 구성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특히 '콜드프레스(Cold Press)'와 '워시드(Washed) 압착'이라는 두 방식은 온도 관리, 수분 첨가, 교반 시간 등 여러 변수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국제올리브협회(IOC)가 규정하는 콜드프레스 표기 기준에 따르면, 착유 전 과정에서 온도가 27°C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 기준은 열에 의한 향미 손실과 산화를 막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소비자가 병 라벨에서 'Cold Pressed' 또는 'Cold Extraction'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때 그 의미가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님을 뜻한다.
콜드프레스는 수확한 올리브를 세척·파쇄한 뒤 반죽(말락사시온) 단계를 거쳐 원심분리기로 오일을 분리하는 현대적 공정과, 전통 방식인 스톤 밀(석회암 맷돌 압착)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핵심은 어떤 방식이든 가공 내내 온도를 낮게 유지한다는 데 있다.
낮은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올리브 속 휘발성 방향 화합물과 폴리페놀 계열 항산화 물질이 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코르도바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말락사시온(반죽 교반) 온도를 27°C 이하로 유지했을 때 올레오칸탈·올레아세인 등 페놀 화합물 함량이 30°C 이상 조건 대비 평균 15~20%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헥사날·(E)-2-헥세날 같은 풋내 계열 방향 화합물의 보존율도 유의미하게 높아 신선한 풀향·아티초크·아몬드 뉘앙스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콜드프레스는 오일 추출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가공 속도가 느려 생산 비용이 높다는 점이 고려된다.

'워시드 압착'이라는 표현은 업계에서 통일된 단일 용어가 아니며, 흔히 '온수 세척 공정이 포함된 착유' 또는 '세컨드-워시 원심분리' 방식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오일·식물성 수분·과육 찌꺼기가 분리되는 1차 원심분리 이후, 추출된 오일에 미지근한 물을 추가로 투입해 잔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말한다.
일부 생산자는 착유 수율을 높이기 위해 말락사시온 단계에서 물 온도를 높이거나 교반 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이 경우 오일 속 유화 상태의 미세 성분이 물과 함께 씻겨 나가면서 오일이 더 깨끗하고 중립적인 맛에 가까워진다. 이탈리아 농업연구위원회(CREA) 자료에 따르면, 착유 공정 중 물 온도가 30°C를 초과하면 총 폴리페놀 함량이 최대 2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반면 워시드 공정이 반드시 품질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리브 품종 자체의 폴리페놀 함량이 매우 높거나, 세척수 온도를 엄격히 제어한다면 최종 제품의 산도와 향미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두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변수는 온도와 수분이다. 올리브오일 풍미의 핵심 요소인 페놀 화합물은 수용성이 높아 물과 접촉하면 유상(油相)에서 빠져나오는 성질이 있다. 즉, 착유 중 투입되는 물이 많을수록, 그 온도가 높을수록 폴리페놀 손실 위험이 커진다.
향미 측면에서 보면 콜드프레스 방식은 날카로운 쓴맛·매운맛(피퀀트)을 형성하는 올레오칸탈 보존에 유리하다. 이 성분은 목 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칼칼함'으로 감지되며, EVOO 마니아들이 품질 지표로 삼는 관능적 특성 중 하나다. 반면 워시드 공정을 거친 오일은 쓴맛과 매운맛이 순해지고 버터·견과류·잘 익은 과일의 향이 전면에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오일인가는 소비자의 용도와 기호에 달려 있다. 날것으로 드레싱에 사용할 때는 향미가 복잡하고 폴리페놀이 풍부한 콜드프레스 EVOO가, 섬세한 재료와 함께 부드러운 마무리를 원한다면 워시드 공정을 거친 오일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압착 방식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라벨의 세 가지 항목을 살피는 것이다.
첫째, 'Cold Pressed' 또는 'Cold Extraction' 문구다. IOC와 EU 규정상 이 표기가 있으면 착유 온도 27°C 이하를 보증한다.
둘째, 산도(Free Acidity)다. 콜드프레스 EVOO의 산도는 통상 0.2% 이하에서 형성되며, 낮을수록 올리브가 신선한 상태에서 착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수확 연도(Harvest Date)다. 압착 방식이 좋아도 오래된 오일이라면 휘발성 방향 화합물이 이미 산화되어 풍미가 평탄해진다. IOC는 착유 후 18개월 이내 소비를 권장하고 있으며, 개봉 후에는 빛과 열을 차단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압착 방식은 EVOO 풍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수확 시기(조기 수확일수록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경향이 있다), 품종의 유전적 특성, 토양과 기후, 수확 후 착유 소요 시간 등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럽식품안전청(EFSA) 자료에 따르면, 하루 20g의 고폴리페놀 올리브오일 섭취가 LDL 산화 억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이는 특정 조건에서 관찰된 결과로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콜드프레스와 워시드 압착이라는 두 방식은 서로 다른 철학을 반영한다. 전자가 폴리페놀과 휘발성 방향 화합물을 최대한 살려 복잡한 관능 프로파일을 추구한다면, 후자는 수율과 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한다. 소비자로서는 라벨의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식탁에서 원하는 풍미의 방향을 먼저 정한 뒤 오일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다.
올리브오일의 풍미와 폴리페놀 함량은 압착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ORO CELESTE가 27℃ 이하 콜드프레스를 고집하는 이유와, 그 온도 선택이 아로마·산도·항산화 성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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