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와 소주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놀라운 궁합을 이룬다. 유산균의 산미, 곡물의 단맛, 증류주의 날선 향이 올리브오일의 쌉싸래한 풀내음과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올리브오일과 술을 함께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름진 무언가와 알코올 음료를 나란히 놓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중해 식탁에서는 오래전부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EVOO)이 와인과 함께 자리를 지켜왔다. 올리브오일의 폴리페놀 성분이 입안을 정돈하고, 다음 한 모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전통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페어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통주 출고량은 전년 대비 약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막걸리와 소주는 그 중심에 있으며, 이 두 술이 올리브오일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는 탐구할 가치가 충분한 주제다.
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빚은 발효주다.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산미, 곡물에서 비롯한 단맛, 그리고 탄산감이 복합적으로 층을 이룬다. 이 맛의 구조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의 쌉싸래한 피니시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다.

막걸리의 젖산(lactic acid) 성분은 입안의 지방막을 가볍게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올리브오일을 빵에 듬뿍 찍어 먹은 뒤 막걸리 한 모금을 곁들이면, 기름기가 정리되면서 올리브오일의 풀내음과 견과류 향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발효주 특유의 탄산과 산이 미각을 리셋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품종 측면에서는 산도가 낮고 섬세한 과일 향을 지닌 올리브오일이 막걸리와 잘 맞는다. 지나치게 강한 후추향이나 자극적인 피니시는 막걸리의 부드러운 질감을 눌러버릴 수 있다. 산도 0.14% 수준의 섬세한 오일이라면 막걸리의 달콤한 뉘앙스를 해치지 않으면서 함께 흐를 수 있다.
소주는 막걸리와 성격이 다르다. 증류 과정을 거친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 자체의 날카로운 향이 두드러지고, 입안에서 열감을 남긴다. 이 열감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데 올리브오일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지중해·동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증류주를 마시기 전에 올리브오일을 소량 섭취하는 관습이 전해진다. 이는 위 점막을 코팅해 알코올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으로도 지방이 알코올 흡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으나, 개인차가 크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소주 페어링에서는 폴리페놀 함량이 높고 풍미가 진한 올리브오일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강한 올리브오일의 쓴맛과 매운 피니시는 소주의 알코올 자극과 길항하면서 독특한 균형점을 만들어낸다. 폴리페놀 800mg/kg 이상의 오일이라면 소주의 날카로운 향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올리브오일과 한국 전통주의 페어링은 단독으로 즐기기보다 중간 역할을 하는 음식과 함께할 때 더욱 풍성해진다. 몇 가지 조합을 제안한다.
첫째, 두부와 올리브오일 드리즐. 순두부나 연두부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굵은 소금을 살짝 올리면 고소한 콩 향과 올리브오일의 허브 뉘앙스가 조화롭게 만난다. 막걸리 한 모금이 이 조합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둘째, 전(煎)류와 올리브오일. 파전, 김치전을 올리브오일로 부치면 일반 식용유보다 풀내음이 가미된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다. 막걸리는 전통적으로 전과 함께하는 조합인 만큼, 올리브오일이 기름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형이다.
셋째, 안주 없이 올리브오일 단독 마무리. 소주 한 잔을 마신 뒤 빵 한 조각에 올리브오일을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입안을 정돈하는 팔레트 클렌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코스 요리 사이에 그리시니와 올리브오일을 내는 문화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술 문화에서 '마무리'는 중요하다. 뜨끈한 국물, 달콤한 과일, 혹은 간단한 안주로 술의 여운을 정리하는 것이 익숙한 방식이다. 올리브오일은 이 마무리의 자리에 조용히 끼어들 수 있는 재료다.
빵 한 조각에 올리브오일을 찍어 먹는 것, 혹은 두부나 채소에 올리브오일을 흘려 마지막 접시를 정리하는 것. 이 단순한 행위가 술자리의 감각적 마침표가 될 수 있다. 올리브오일의 쌉쌀한 피니시는 혀 위에 남아 있는 알코올의 잔향을 정리하고, 다음 날 아침을 조금 더 가볍게 맞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페어링이란 결국 감각의 대화다. 수천 년의 발효 문화를 가진 한국의 전통주와, 지중해 문명의 역사를 품은 올리브오일이 한 식탁에서 만나는 일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두 문화가 공유하는 '발효'와 '자연 산물'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새로운 미각의 경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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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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