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가이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폴리페놀과 올레산이 핵심 성분으로 지목되며, 지중해식 식단과의 연관성도 함께 조명받는다.

인체 소화기관에는 약 38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Cell 지에 발표된 Sender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면역·신경 기능 등 다양한 생리 작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신체 균형 유지에 유리하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특정 식품이 이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EVOO)이 연구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단순한 지방 공급원을 넘어, 올리브오일 고유의 생리활성 성분들이 장내 미생물 구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오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성분은 폴리페놀과 단일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다.
폴리페놀은 올레유로핀, 히드록시티로솔, 티로솔 등 다양한 형태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 함유되어 있다. 2019년 Nutrients 지에 게재된 Tuck과 Hayball의 검토 논문에 따르면, 폴리페놀의 상당 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장내 세균의 먹이(프리바이오틱스 기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특히 Bifidobacterium과 Lactobacillus 계열 균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으나, 인체 임상 규모에서 이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올레산의 경우, 2021년 Frontiers in Micro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올레산 식이가 장내 지방산 환경을 변화시켜 특정 유익균의 비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올레산 단독의 효과와 식단 전체의 효과를 분리하는 것이 방법론적으로 쉽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리브오일만을 단독 변수로 삼은 연구보다, 지중해식 식단(Mediterranean Diet) 전체를 다룬 연구가 훨씬 풍부하다. 그러나 이 식단에서 올리브오일이 핵심 지방 공급원으로 자리한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 결과는 올리브오일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2020년 Gut 지에 발표된 유럽 다국가 공동 연구(NU-AGE 프로젝트)에 따르면, 12개월간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고령자 그룹에서 Faecalibacterium prausnitzii, Roseburia 등 단쇄지방산 생성 균종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단쇄지방산은 장 점막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 환경 유지에 기여한다고 여겨진다.
스페인 PREDIMED 연구(2013년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발표)는 올리브오일을 포함한 지중해식 식단이 심혈관 관련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로 추적한 대표적 코호트 연구로, 이후 파생 연구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측면까지 분석을 확장하는 흐름을 낳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 올리브오일을 다룰 때 간과하기 쉬운 변수가 있다. 바로 올리브오일의 등급과 폴리페놀 함량이다. 연구에 사용된 올리브오일이 엑스트라버진인지, 정제유인지에 따라 폴리페놀 함량 차이가 수십 배에 이를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규정(EC No 432/2012)에 따르면, 올리브오일 20g당 폴리페놀 함량이 250mg/kg 이상일 경우 건강 강조 표시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이는 엑스트라버진 등급 중에서도 상위 품질의 제품에 해당하며, 일반 마트에서 유통되는 저가 올리브오일과는 폴리페놀 스펙트럼이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연구 결과를 일상에 적용할 때는, 사용하는 올리브오일의 등급과 폴리페놀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가 된다.

올리브오일과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는 분명 흥미로운 연구 주제이지만, 현재의 과학적 근거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가 있다.
첫째, 대부분의 연구가 관찰 연구 혹은 단기 중재 연구로 설계되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 둘째, 마이크로바이옴 자체가 개인마다 구성이 크게 달라, 동일한 식이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셋째, 올리브오일의 섭취량, 가열 여부, 다른 식품과의 조합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단일 성분 효과를 분리하기 쉽지 않다.
2023년 Annual Review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에 실린 마이크로바이옴-식이 상호작용 종합 검토 논문에 따르면, 식물성 폴리페놀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가 축적되고 있으나, 특정 식품 단독의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며 장기적·대규모 임상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지중해 연안에서 수천 년간 이어온 올리브오일 소비 문화와, 이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는 현대 연구자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교차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과학이 고도화될수록,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식탁에서 갖는 의미는 더욱 정밀하게 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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