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오일과 미식의 기록 · Notes on olive oil & taste
스토리/푸드
오븐 채소 구이에서 EVOO 는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들어간다. 가열 전과 중, 후로 역할을 나누는 사용법을 정리했다.

오븐 채소 구이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결과가 늘 비슷하게 평평하게 떨어지는 경험을 안다. 색은 났지만 향이 가볍고, 단맛은 올라왔지만 마무리가 짧은 경우가 흔하다. 자주 빠지는 단계가 EVOO 의 타이밍이다. EVOO 는 가열 전과 중, 후에 각자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부어버리면 한 가지 역할에 묻혀 나머지가 사라진다.
EVOO 의 발연점은 일반적으로 약 190~210℃ 구간으로 보고된다. 가정 오븐 채소 구이의 일반 설정은 180~220℃ 사이라 충분히 견딘다. 가열용과 마무리용을 따로 둘 필요는 없지만, 같은 EVOO 안에서도 단계마다 다른 양과 다른 시점을 적용하는 것이 풍미를 살리는 방법이다.

오븐 트레이에 채소를 펴기 전 단계에서 EVOO 의 첫 번째 자리가 만들어진다. 채소 1kg 당 EVOO 2~3큰술이 기준선이며, 손이나 큰 스푼으로 모든 면이 얇게 덮이도록 굴려준다. 소금은 EVOO 다음에 뿌려야 캐러멜화가 늦어지지 않는다. 이 단계의 EVOO 는 강도 중에서 중강 정도가 적합하다. 오븐 안에서 향의 휘발 성분 일부가 날아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향이 약한 EVOO 를 쓰면 끝에 남는 풍미가 거의 없다.

파프리카는 220℃ 정도에서 25~30분 구워 셰리식초와 EVOO 한 줄로 마무리한다. 가지는 200℃에서 30~35분 구운 뒤 레몬즙과 EVOO, 민트를 더한다. 호박은 200℃에서 25~30분 구워 EVOO 와 플레이크 소금으로 마무리하면 부드러운 단맛이 살아난다. 당근은 200℃에서 35~40분 구워 EVOO 와 꿀, 후추를 더하는 방식이 가장 어울린다.
오븐 안에서는 가능한 한 손을 대지 않는다. 트레이를 한 번 뒤집는 정도가 적당하고, 중간에 EVOO 를 추가로 부으면 표면 온도가 떨어지고 캐러멜화가 풀린다. 가열 후 트레이가 따뜻할 때 EVOO 한 줄이 두 번째 자리다. 1인분 기준 1작은술 안팎이며, 가지나 당근에는 중강 라인, 호박이나 주키니에는 약중 라인이 어울린다. 식초나 레몬즙, 소금은 EVOO 다음 또는 동시에 더한다.
채소 구이의 풍미는 EVOO 의 양보다 타이밍이 결정한다. 한 번에 다 부어버리는 대신 코팅용과 마무리용 두 자리로 나누면, 끝에 남는 향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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